공지사항

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사무국의 편지 1

  • 게시일2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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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TV를 보는 걸 좋아하셨나요? 지금은 어떠신가요?

 제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아이돌은 이제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수치들이 되어버렸지만, 저는 여전히 계속해서 아이돌들에게 반해버리곤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요? 아이돌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배우나 모델? 인생에 꼽을 드라마나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는 여러 이분법을 싫어하지만, 어쩌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미디어에서 자신과 닮은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람과, 쉽게 찾을 수 없는 사람으로요.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저는 늘 쉽게 찾을 수 없는 쪽입니다. 저는 저의 가장 주된 정체성을 성소수자로 잡고 있고, 공개적으로 퀴어임을 밝히고 생활하고 있지만, 미디어에서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죠. 저의 또다른 정체성인 가정폭력 생존자는 어떨까요? 정신질환자는요? 저와 같은 정체성들은 쉽게 숨겨집니다. 미디어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지 않죠. 이건 무슨 뜻일까요?

 많은 분들이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화 영화에, 인어공주 역으로 배우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 되었다는 걸 알게된 흑인 아이들의 반응을 담은 영상을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미디어에 ‘소수자’들이, 주요한 존재로 노출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소수자들이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다른 사람들의 세상에 나와 닮은 사람들의 자리가 있다는 것. 곧 세상에 나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것.

 미디어는 너무나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특정한 존재를 특정한 모습으로 노출하거나 노출하지 않음으로써 누군가의 한계를 학습시키기도 합니다. 존재를 왜곡하기도 하고요. 특히 미디어가 특정한 존재를 노출하지 않음은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세계에서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디어에서 장애인은 어떤가요?

 장애인 아이돌을 보신 적 있으세요? 장애인 배우는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장애인인 인물을 보신 적 있나요?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보셨나요? 그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미디어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었나요? ‘특별하다’고 하지는 않던가요?

 그건 장애가 ‘특별’하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장애인은 ‘특별’해야만 미디어에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일까요?

 그런데요, 왜 장애는 일상이 될 수 없을까요?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댑니다. 굳이 여기서 이야기 할 필요는 없겠죠. 그런데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많은 사람들은 우리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을까요?

 장애인들은 미디어에서 어떤 한계를 학습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장애가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분명히 미디어의 힘을 빌려볼 수 있을 겁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미디어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혜와 동정의 시선을 걷어내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2003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4-5월 경에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개최하여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미디어의 제작을 촉진하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장애인인권영화를 함께 보는 장을 만듭니다.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권영화를 볼 수 있도록 각 마을 영화제와 함께합니다. 그에 더해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장애인권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단체와 학교 등에 장애인권영화를 배급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개인들이 소정의 금액을 후원하고 장애인권영화를 보다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새로운 후원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영화제는 두 명의 상근활동가의 활동으로 꾸려지고 있지만, 정기후원자는 100여명입니다. 영화를 부지런히 배급하고 다른 도움들을 받아야 활동가들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우리가 상영하는 영화들의 힘을 믿습니다. 여러분도 우리의 영상을 보면 믿게 되실 거예요. 제가 그랬듯이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지속되려면 더 많은 마음이 모여야합니다.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창구이자,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만남의 장인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후원해주세요. 장애가 일상이 되도록,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이 바뀔 수 있도록 행동해주세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질 때까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여정에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