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작

이사

감독 : 여인서

제작년도 : 2021년
기획·제작 : 여인서, 여인서
제작 형식 : 다큐, 20분

시놉시스
점점 낡아가는 집이 못내 못마땅한 남실은 매일 유튜브에서 전원주택 매물을 검색해본다. 도시를 사랑하는 남편 선구와 달리 그녀는 서까래와 아궁이가 있는 시골집에서 살고 싶다. 한편 남실의 아들이자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청년인 인찬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동네 친구들, 선생님, 보이지 않는 관계망들이 인찬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한편 인찬의 누나인 감독은 이사를 가지도, 쿨하게 머물지도 않는 가족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동시에 인찬의 방보다 넓은 방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언젠가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집에 대한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가족은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게 될까?
인권평
집, 다양한 욕망들이 춤추는 공간

홍성훈 1인 창작자, 2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

영화 <이사>에는 어느 가족이 등장한다. 틈틈이 주택 탐방(?) 유튜브를 보는 남실과 만화와 그림에 열정을 쏟는 인찬, 그리고 둘의 모습을 찍는 ‘나’는 한 집에서 산다(틈틈이 아버지이자 남편인 선구도 등장하지만 앞선 세 사람에 비해 비중이 작은 편이다).

나날이 커가는 키를 색연필로 표시한 벽지가 너덜너덜해지고 고양이가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집.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시선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욕망들이 깃들어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다. 가장 뚜렷하고 정확한 욕망을 이야기하는 이는 남실이다. 그는 서울을 떠나 서까래와 툇마루가 있고 아궁이로 불 떼는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나’는 남실에게 질문한다.

“어떻게 우리집 값이랑 저렇게 넓은 집값이랑 비슷하냐”
이때 돌아온 남실의 대답, “그러니까 왜 서울에서 살아야 되냐고.”

한편, 남실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리모델링했는데 이로 인해 인찬에게는 방이 하나 더 생긴다. 인찬은 그 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책을 마음껏 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좋아한다. 또한 인찬은 같이 그림 그릴 친구가 있는 동네를 사랑한다. ‘나’는 인찬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에서 벗어나 내심 마음을 놓는다. 아스퍼거 증후군 동생이 있음에도 더 많은 것을 독점하고 있었다는 죄책감을 느끼던 ‘나’였다. 그런 ‘나’는 조금씩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인찬과의 삶을 상상한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남실은 선뜻 자신의 욕망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사랑하는 인찬에게 같이 가자고 설득하기 힘들뿐더러 ‘나’에게 인찬에 대한 부담감이 더 늘어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서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지금의 집으로 오기까지 스무 번도 넘는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아마 추측컨대 이사의 이유는 대부분 인찬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지지망이 있는 곳을 찾으러 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인찬과 그림 그릴 수 있는 친구가 사는 그런 동네 말이다. 인찬은 다행히 그런 동네를 찾았고, 지금 만족해한다. 하지만 가족이 모든 삶의 조건을 장애인 구성원에 맞출 필요는 없다. 남실이 장애운동가의 길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실’이라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서다.

과연 남실은 자신이 꿈꾸던 공간을 찾아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동생 인찬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공존’할 수 있을까? 이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한 영화 <이사>다.
제작진 소개
연출 여인서 기획 여인서
제작 여인서 각본 여인서
촬영 여인서 편집 여인서
녹음 여인서 기타 ◎ 상영날짜
04.30.(토) 11:00 마로니에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