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작

평등길 1110

감독 : 김정근 장은우 김설해 정종민 장민경 김일란

제작년도 : 2021년
기획·제작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김정근 장은우 김설해 정종민 장민경 김일란
제작 형식 : 다큐, 48분

시놉시스
14년 동안이나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하에 제정을 미뤄온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동의청원 성사 후에도 국회가 심사기한을 넘겨 11월 10일로 연기하자 미류, 종걸 두 인권활동가는 연내 제정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국회까지 30일의 도보 행진에 나선다. 5인의 감독들이 ‘평등길 1110’의 여정과 부산, 대구, 청주, 안산에서 만나는 평등의 얼굴들을 담은 이 프로젝트는 불평등의 고된 시간을 ‘차별받는 피해와 고통’으로 압축하기보다는 평등의 감각으로 전환하는 이들, 서로의 곁이 되는 동료 시민들, 그 존엄과 평등의 길을 트고 잇는 구체적인 얼굴들과 목소리의 기록이다.
인권평
혐오는 권력을 타고 흐르지만 사랑은 용기를 타고 흐른다.

은석(다큐멘터리 감독, 2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왜 여기 와서 지랄이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지하철 투쟁 현장에 가면 늘 들리는 말이다. 누군가는 선전물에 적혀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전국병신차별자초연대’로 고쳐 놓았고 누군가는 요구안 위에 ‘병신XX들 이런다고 달라지냐’라고 적어놓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는 내부 문건을 만들어 장애인단체를 싸워 이길 상대로 규정하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혐오스럽게 보이게 할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문건의 내용은 고스란히 기사로 옮겨졌고 예상대로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 ‘장애인이 되기 전에 인간부터 돼라’ 이 말이 너무 아팠다. 장애인도 인간이길 외칠 때마다 ‘예산이 없으니 나중에’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수십 년의 시간을 당신은 정말 몰랐던 걸까.

지난해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대와 구청의 공사중지명령은 2018년 제주 예멘 난민들에게 쏟아졌던 날 선 말들과 맞닿아있다. “이슬람은 여성 혐오적이고 성폭력이 만연한 테러리스트 집단이다.”, “진짜 난민은 저렇게 좋은 핸드폰을 쓰지 않는다.” 이 두 문장이 박해를 피해온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데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혐오가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날을 세우고 존재를 지워내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사회적 제동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평등길 청주편에서 고 변희수 하사를 만나고 나오던 이들의 뒷모습이 가슴 한구석에서 떠나질 않는다.

‘비장애 능력주의’. 차별은 이를 ‘정상’이라 이름 붙이고 여기 속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비정상으로 구분해낸다. 어린아이, 노인, 여성,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장애인, 비정규직, 비혼·비혈연 가족, 성노동자, 홈리스, 철거민, 노점상, 비인간 존재들. 이들은 모두 정상이 기본값인 ‘그곳’에 있으면 안 되고 ‘그것’을 요구하면 안 되고 ‘그렇게’ 존재하면 안 된다.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날 때 조롱과 혐오는 어김없이 발동한다. 배제된 이들의 저항을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선량한 시민을 볼모로 하는, 비문명의’ 이분법으로 갈라친 어느 당대표의 발언은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되는 혐오 정치의 전형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조금은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는 아이잔의 말이 떠오른다. 차별과 혐오를 말하는 것이 이토록 용기가 필요한 거라면 그 말은 어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일 지도 모르겠다. ‘평등길’은 특정인을 향한 동정과 시혜의 길이 아니라 차별의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 평등의 감각을 되찾는 길이다. 이 길 어딘가에서 누군가 자신이 당한 일이 차별이라고 말할 때 혼자 남겨두지 말자. 그가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장애가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의 외모가 어떻고 행실이 어떻고 성적지향이 어떻든 그의 용기에 함께하자. 이 모든 것을 개인의 어깨 위에 두지 말자. 혐오는 권력을 타고 흐르지만 사랑은 용기를 타고 흐른다.

더 연대하고 더 사랑하자.
제작진 소개
연출 김정근 장은우 김설해 정종민 장민경 김일란 기획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작 김정근 장은우 김설해 정종민 장민경 김일란 각본
촬영 편집
녹음 기타 ◎ 상영날짜
04.30.(토) 15:00 유리빌딩 4층